만년 중고차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던 직장인 A씨는 올해 들어 큰 맘 먹고 새차를 한 대 뽑았다. 월급쟁이 형편상 36개월 할부로 구입, 다달이 차값과 이자에 만만찮은 보험료까지 납부하고 있다.

새차를 유지하는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A씨는 최근 퇴근 길에 생각지도 못한 불청객(?)을 만났다. 매년 6월마다 찾아오는 자동차세 납부기간을 맞아, 올해도 어김없이 자동차세 납부고지서가 우편함에 꽂혀 있던 것.

특히 새차를 구입한 올해는 중고차만 몰던 예년에 비해 납부할 자동차세 액수가 눈에 띄게 커졌다. A씨는 다음달 2일까지 자동차세를 납부해야 하지만 쥐꼬리만한 봉급에서 자녀 학비, 생활비, 할부금 등을 빼고 나니 당장 현금이 부족했다.

이 때 A씨의 머릿속에 '신용카드'가 떠올랐다. 최근 들어 자동차세를 비롯한 각종 지방세를 현금 대신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달이 되더라도 주머니 사정이 갑자기 넉넉해질 일이 없는 A씨는 자동차세를 일시불로 내기가 다소 부담스러웠고, 일반적인 카드 구매처럼 할부로 납부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두 푼도 아닌 자동차세 부담을 줄이려는 A씨가 카드 할부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을까.

□ "자동차세 납부, 할부로는 못 긁어요" = 서울특별시 세무과에 따르면 납세자들은 자동차세를 비롯한 모든 지방세를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다.

인터넷 결제는 물론 가까운 은행에 마련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신용카드를 투입해 손쉽게 자동차세를 낼 수 있다. 올해부터는 전국 어느 은행에서나 국내에서 발행된 모든 신용카드를 이용해 지방세 납부가 가능하다.

다만 자동차세를 비롯한 지방세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경우 일반적인 카드 결제시 자주 이용하는 할부 서비스는 적용 받지 못한다.

즉 신용카드로 자동차세를 납부할 수는 있지만, 오직 '일시불' 결제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할부 결제는 불가능하지만 적립해 놓은 신용카드 포인트로 자동차세를 낼 수 있다. 서울 시민들의 경우 국민, 신한, BC, 농협, 외환, 하나SK, 씨티, 롯데, 삼성 등 9개 카드사의 신용카드 포인트로 지방세를 납부할 수 있다.

서울시 세무관리팀 관계자는 "자동차세의 경우 할부 서비스가 적용되지 않지만, 애초에 연간 납부해야 할 세액을 6월과 12월로 나눠 부과하고 있다"며 "납세자들은 국내 모든 신용카드를 이용해 자동차세를 일시불로 납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