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게 해외여행을 마치고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 중 하나는 바로 세관심사.

여행자들이 가지고 들어오는 휴대품이 무엇이고 양이 어느 정도 인지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는 만큼 여행자들은 세관심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세관에는 일부 여행자 휴대품에 세금을 이중으로 부과 당했다는 민원사례가 심심찮게 접수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해외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세부 지역이나 보라카이, 마닐라 등지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여행객들에게서 발생하는 사례인데, 이들의 사정은 이렇다.

이들은 자신들의 여행자 휴대품을 해당국 세관에 신고하면서 적지 않은 금액의 관세를 물고 입국하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이미 세금을 낸 이들 물품에 또 다시 세금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이중과세'로 여행객들은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불법이 아니라는 것. 관세청에 따르면 세부, 마닐라, 보라카이 등지의 경우 일부 휴대품을 제외하고는 해당국 세관이 임의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모두 필리핀이라는 것인데 실제 필리핀의 경우 담배 400개비와 술 2병(1리터 이하)을 제외하고는 필리핀 세관에서 임의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입국 시에는 당연히 면세한도 400달러를 넘으면 그에 따른 세금이 부과되니 자칫하면 필리핀에서 한번, 우리나라에서 또 한 번 세금을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필리핀 세관신고서는 특이하게 국내외 면세점을 포함해 구입한 물품에 대한 과세규정이 전혀 없고 대신 신고서 뒷면에 '해외에서 수입한 물품이 세관에서 평가되고 세율에 따라 과세될 수 있으며 이와 관련된 영수증을 제출하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입국여행자에 대한 면세범위가 따로 없어 해외에서 구입한 모든 물품은 금액에 관계없이 과세가 되는 것.

물론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다.

우리나라 면세범위를 넘을만한, 카메라나 가전제품, 보석, 시계 등의 고가품을 구입했다면 필리핀에 입국해서 세관신고서에 해당물품을 신고한 후 반입물품에 재반출 약속신고서를 작성 한 후 재반출하면 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수월치 않아 주의해야 한다.

미화 1만달러 혹은 필리핀 화폐 1만페소 이상은 필리핀 관세청이나 중앙은행에 신고를 안 할 경우 압수되고 벌금 및 형사 조치를 받을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특히 필리핀 페소는 1만페소 이상이면 세관에 신고를 해도 압수되기 때문.

또 재반출 신청시 지불해야하는 보증금이 세금의 150%에 달해 만만치 않은 데다 여기에 보관료가 붙어 부담스럽고 재반출 신고 절차도 복잡한 면이 있다고.

이에 차라리 보증금과 보관료를 내느니 세금을 이중으로 내고 만다는 여행객도 있다는 것이 관세청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반출 신청을 하면 여행자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보관료만 들어가는 것과는 상황이 다른 셈.

관세청 관계자는 "필리핀이나 캄보디아 등 세관 시스템이 아직 미비한 국가의 경우 종종 여행객들이 여행자 휴대품에 대한 이중과세나 비싼 예치금 문제로 곤란을 겪기도 한다"며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여행하는 필리핀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여행객들에게서 이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