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토지매매 과정에서 발생된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만, 매매되는 토지의 성격에 따라 실제 납세자에게 부과되는 세금규모가 현격한 차이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는 현행 세법상 매매대상 토지가 실제 사업용으로 쓰였는지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세율이 차이가 나도록 설계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업용 토지로 인정받게 될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적용 받기 때문에 납부세액이 크게 줄어듭니다.

반면 속칭 '노는 땅'인 비사업용 토지의 경우, 양도세 중과세 대상으로 기본적인 세율 자체가 높을 뿐만 아니라 장기보유에 따른 공제혜택도 따로 없기 때문에 사업용 토지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합니다.

주변에서 허허벌판 공터 한가운데 가(假)건물 형태로 운영 중인 음식점 등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향후 매매과정에서 사업용 토지로 인정받기 위한 '세테크'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 예식장을 운영하던 한 사업가와 과세당국 사이에서도 비사업용 토지 인정 여부를 둘러싼 세금문제로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 사건의 발단, 불황 타개를 위한 사장님의 선택 = 예식장을 운영해왔던 A씨는 최근 몇 년 동안 예식장 시설이 노후화되고, 주변에 새로운 예식장들이 들어서면서 경쟁이 심해지자 새로운 부수입원을 찾기 위해 골몰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A씨가 새삼 주목하게 된 부분은 바로 예식장을 둘러싼 땅. 예식장이 위치한 주변 토지(3필지 상당)가 모두 A씨 및 그의 가족 소유였는데, 예식장 건물과 그 앞에 하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주차장 부지를 제외하고는 속된 말로 노는 땅이었던 것입니다.

이에 A씨는 이 구역을 유료주차장으로 굴리기로 마음먹고, 2008년부터 관할 세무서에 기존 예식장업과 별개로 '주차장업'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받아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본 사업보다 수익이 더 높진 않았지만, 매년 약 7000∼8000만원의 짭짤한 소득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예식장 사업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A씨는 지난해 5월 예식장을 폐업하고 예식장을 포함, 유료주차장으로 운영했던 관련 부동산까지 모두 매각하고 양도세를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과세당국이 유료주차장 부지로 사용한 토지부분에 대해 A씨가 신청한 장기보유특별공제(1억7800만원 상당)를 인정하지 않고, 7100여만원의 양도세를 더 내라고 세금고지서를 발송했기 때문입니다.

예상치 못한 세금에 당황한 A씨는 국세청에 심사를 요청, 시시비비를 가려보기로 했습니다.

□ 국세청 "예식장과 유료주차장 별개영업 아니다" =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관할세무서는 A씨가 예식장과 유료주차장 겸업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처분청은 주변 항공사진과 실사 조사결과를 토대로 A씨가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유료주차창업을 영위한 것처럼 '꼼수'를 부렸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실제로 A씨가 유료주차장으로 운영했다고 주장한 유료주차장은 반드시 예식장 입구를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고, A씨가 주장한 유료주차장 부지 이외 예식장 부설토지에도 주차라인이 그려져 있는 등 사실상 영업을 따로 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

처분청은 "무료로 운영되는 예식장 부설주차장과 유료주차장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전체를 주차장용 토지로 사용된 것이 명백히 확인된다"며 과세의 타당성을 강조했습니다.

□ 국세청 "땅값 '3% 이상'은 벌어야 사업용 토지" = 불복심사를 담당한 국세청은 양측의 주장과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결국 관할 세무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관할 세무서 실사 조사결과 등을 고려할 때 A씨 주장대로 주차장과 예식장을 따로 운영했다는 근거가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국세청은 "A씨는 예식장 하객 및 예식장 건물 지하에 있는 식당 손님들이 유료주차장에 주차했고, 주차비 수입금액에 대해 부가세도 납부했다고 주장하지만, 제시한 증거서류만으로는 그런 사실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주차장 부지가 사업용 토지로 인정받기 위해선 최소한 한 해 해당 토지 가격의 3% 이상을 주차요금 수입만으로 벌어들어야 합니다.

A씨는 예식장 부설 토지를 제외시킨 유료주차장 토지만 놓고 보면 이 조건을 충족한다는 입장이지만 국세청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세청은 "A씨가 주차장으로 신고한 토지뿐만 아니라 예식장 부설토지에도 주차선이 그려져 있는 점, 주차장과 아무런 경계도 없이 한 울타리 안에 위치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점, 예식장 정문과 연결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주차장 수입은 유료주차장 부지와 예식장 부설주차장 공통으로 발생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A씨가 신고한 주차수입금액(8400여만원)은 전체 주차장 토지가액에 대한 수입금액비율이 1.24%에 불과하므로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되기 때문에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을 배제한 과세처분은 정당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모든 세금은 조금이라도 덜 내고 싶은 게 인지상정(人之常情). 하지만 적어도 그 방법만큼은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A씨처럼 '세테크'를 가장한 세금 탈루행위는 되도록 자제할 필요가 있고, 비록 불법, 탈법행위로 세금을 줄였더라도 언제든지 세무조사를 통해 세금이 다시 부과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참고심사례 : 심사양도 2012-0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