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나 토지 매매과정에서 생기는 양도차익에도 여느 소득과 마찬가지로 세금(양도소득세)이 붙습니다.

다만 양도소득세는 보유기간에 따라 세금의 상당 부분을 감면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어서 오래 보유한 집일수록 대체로 세금이 덜 부과됩니다. 이른바 '장기보유특별공제'라고 하는 제도인데요.

보유기간 중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세금감면 혜택인데, 기본적으로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의 경우 양도세액의 30%까지 감면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1세대1주택 보유자가 살던 집을 팔았을 경우 최대 80%의 양도세가 감면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 있는 주택 1채를 판 해외교포 A씨. 그는 양도세 납부과정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 조항 때문에 과세당국과 마찰을 빚게 됐는데요. 어떤 사연 때문일까요?

□ 양도세 추가환급신청 거부한 국세청, 왜? = A씨는 지난 2001년 국내의 한 아파트를 취득한 뒤, 8년 정도 지난 2009년 7월 19억원을 받고 양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기본 장기보유특별공제율(최대 30% 감면)을 고려, 21%의 공제율(7년∼8년 보유)을 적용해 양도세를 신고·납부했습니다.

하지만 세금 납부 이후 최대 80%까지 양도세가 감면되는 '1세대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 그는 "국내에 주택 1채만 가지고 있었다"며 56%의 공제율을 적용해 양도세 환급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관할세무서는 A씨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양도세 추가환급을 받을 자격이 A씨에게는 아예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요. 부당함을 느낀 A씨는 곧바로 국세청에 불복 심사를 청구해 시시비비를 가려 보기로 했습니다.

□ 국세청 "외국인은 추가공제 대상 아니다" = 관할세무서가 설명한 환급거부 사유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비거주자인 A씨는 애초부터 1세대1주택 장기보유 특별공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관할세무서는 "소득세법에 따르면 1세대는 거주자 및 그 배우자가 동일한 주소 또는 거소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과 함께 구성하는 의미"라며 "비거주자에게는 최대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1세대 1주택 비과세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규정은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취지이므로 비거주자에 대해선 적용을 배제하고, 3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만을 허용하는 것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처분의 타당성을 강조했습니다.

□ 양도세 80% 감면혜택은 '거주자'만 가능 = A씨의 불복 심사청구를 심리한 국세청은 결국 관할세무서의 환급거부 처분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세청은 "소득세법 규정상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취지는 거주자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이고, 비거주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조세심판원의 선결례(조심2012서1155 등)를 들어 처분의 당위성을 인정했습니다.

현재 세법에 존재하는 각종 세금감면 혜택은 기본적으로 내·외국인에 차별을 두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A씨의 사례를 보면 모두 다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도 엿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거주(居住)개념에 있어선 실수요자인 국민에게 더 혜택을 준다는 취지인데요. 단순하게 세금 몇 푼 깎아주는 문제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국가가 국민의 의식주를 보장한다는 '정책적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세법에는 여러 의미와 이해관계가 담겨 있는 조항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번 만들어진 세금제도는 번복하거나 고치기가 여간 어렵다는 말들이 자연스레 나오는 것 같습니다.

[참고심사례 : 심사양도2012-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