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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기업 신용조사 '엉터리'거나 건너 뛰었거나 20150514083636

재무제표 상 부실 징후…신용조사로 걸러내지 못해
우리銀 "매출채권할인·전자어음할인은 여신 아니다" 황당한 주장 
 
우리은행은 이달 7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J사와 관련한 여신의 사후관리 뿐만 아니라 신규 여신을 취급하는 과정에서도 절차상 심각한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전문가들은 우리은행이 J사에 대해 총 138억원의 여신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상식을 벗어나는 부실한 신용조사를 진행했거나 이 과정을 건너뛰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J사는 지난해 말 현재 운전자금 20억원에 전자어음할인약정 18억원, 매출채권할인 100억원 등 총 138억원의 여신을 우리은행으로부터 제공받고 있었다.

J사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재무제표를 대충 훑어봐도 만성적인 현금부족에 시달려온데다 2013년의 경우 매출채권을 150억원 가량 부풀린 분식회계 기업으로 식별할 수 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4년 연속으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보여 신용조사 시스템에서 경보가 울리도록 돼 있다. 당연히 은행 여신담당자는 여신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현금흐름이 62억원 적자를 보인 2013년에 매출채권이 151억원이 급증한 것은 회계분식을 의심해볼 여지가 컸다. 이러한 경우 신용조사 과정에서 매출채권이 급증한 것과 현금흐름이 급속히 악화된 점을 집중 점검하는 것은 상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의 신용조사에서는 '대출을 해줘도 좋은 기업' 이라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은행은 여신을 취급하기 전에 해당 기업으로부터 재무제표를 비롯한 재무관련 서류를 받아 정밀검토한 후 대표이사의 업무경력이나 평판까지 전산으로 입력해 신용등급을 매기는 과정을 거친다. 

이같은 신용조사는 여신을 신규로 취급할 때뿐만 아니라 연장하는 시점에서도 동일하게 이뤄진다. 돈을 빌려줘도 떼이지 않을 기업인지를 사전에 파악을 하기 위해서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정도면 대부분의 은행 신용조사 시스템에서는 걸러지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면서 "시스템에 문제가 있든지 아니면 신용조사 과정에서 과실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은행은 뿐만 아니라 J사에 대한 여신 공여 규모에 대한 인식도 느슨해 놀라게 만들었다.  

우리은행 측은 "138억원의 여신을 제공했다"는 조세일보의 보도에 대해 "J사에 제공한 전자어음할인약정과 매출채권할인약정은 J사의 신용이 아니라 어음과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신용도를 근거로 제공된 것어서 J사에 대한 여신 제공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어음 할인이나 매출채권 할인은 발행사의 신용도를 감안하지만 발행사가 부도날 경우 결국 할인한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하고, 할인한 회사까지 상환할 능력이 없으면 최종 책임은 은행이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신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할인어음거래를 신규 취급할 때는 할인어음거래 약정서를, 연기할 때는 여신연기 약정서를 징구한다"며 "약정서를 받는다는 것은 해당기업에 대한 여신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유가증권 담보 여신은 발행사의 신용도를 보고 제공되기는 하지만 이는 은행이 제공한 여신에 대한 기업의 신용보강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결국 어음 할인이나 매출채권 할인은 해당기업이 은행으로부터 제공받은 여신"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제공된 담보가 가치를 상실한다고 해서 기업과 은행의 채무-채권 관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채무는 자금을 지급받은 기업이 갚아야 하고 기업에게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결국 은행의 손실로 남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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