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는 영업사원 A씨는 최근 애주가(愛酒家)인 아버지의 생신을 맞아, 평소 자주 드시지 못하는 값비싼 양주(위스키)를 1병 사드리기로 결심했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는 말처럼 역시나 술을 좋아했던 A씨는 아버지께 드릴 양주를 구입하려고 해외 면세점에 들른 기회에 자신이 즐겨 마시던 위스키 1병도 싼 값에 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고가의 위스키를 2병씩이나 사려고 하니 다소 망설여졌다. 인천공항에 입국할 때 세관직원들로부터 휴대품 검사를 받을 경우 상당한 세금을 내야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현행 해외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에 따르면 술은 1병까지만 면세로 반입할 수 있어, 나머지 1병은 꽤 많은 세금을 납부해야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께 드릴 선물과 자신이 마실 양주를 모두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A씨는 결국 세금을 내지 않을 묘수를 하나 생각해냈다.

술은 1병만 면세가 되는 점을 고려해 적은 양의 위스키를 두 병을 사는 대신, 2ℓ가 넘는 양주 1병을 사서 아버지와 반반씩 나누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용량이 많은 양주라도 술은 1병뿐이므로 당연히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였다.

A씨는 2ℓ짜리 양주 한 병을 사고 뿌듯한 마음으로 인천공항 세관검사대를 유유히 통과하려던 찰나, 세관직원으로부터 청천병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10만원을 주고 구입한 위스키 1병에 무려 13만2000원의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 A씨는 "양주 1병은 갖고 들어와도 면세가 되지 않느냐"고 따졌지만 세관직원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 알쏭달쏭 '술 1병' 면세범위…"1ℓ+400$ 이하만 면세" = 현행 관세법 등에 따르면 해외여행자가 세금 없이 들여올 수 있는 술은 딱 1병까지로 제한된다. 일반적인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인 미화 400달러 이하와 별도로 술 1병은 면세로 반입할 수 있다.

하지만 술 1병이라도 다 같은 1병이 아니다. 술 1병의 용량은 1ℓ 이하이면서, 가격도 미화 400달러를 초과하지 않아야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A씨의 경우 해외에서 위스키를 1병 구입해 왔지만, 용량이 1ℓ를 훌쩍 넘은 만큼 입국시 상당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A씨가 반입한 양주의 가격이 400달러 이하더라도, 용량은 2ℓ에 달하기 때문에 2ℓ짜리 양주 가격 전체에 대해 세금이 부과된다. 예를 들어 A씨가 2ℓ짜리 양주를 500달러에 구매했다면, 500달러 전체에 대해 세금이 과세된다.

술에는 관세와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의 여러 종류의 세금이 붙는다. 주종별로는 위스키는 132%, 와인은 76% 등의 세율이 적용돼 다른 물품에 비해 세금 부담이 크다.

한편 A씨가 1ℓ 이하의 양주 1병을 구매했더라도 가격이 500달러일 경우에는 면세한도인 400달러를 초과했으므로 당연히 세금이 과세된다.

특히 면세한도인 400달러를 제외한 100달러(500$-400$)에 대해서만 세금이 붙는 것이 아니라, 500달러 전체금액에 대해 세금이 과세돼 세부담이 상당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여행자가 1ℓ 이하, 400달러 이하 등의 면세한도를 초과한 술을 구입한 경우에는 세금을 납부하고 국내로 반입하거나, 1개월 이내에 해외로 다시 가져가는 2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그냥 세관에 맡겼다가 1개월 이내에 찾아가지 않으면 세관에서 위스키 등을 공매에 내놓고, 세금과 공매절차에 소요된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여행자에게 되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