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고객이탈 방지 위한 비용은 사업상 필요한 지출”

은행이 신탁상품을 구매했다가 손실을 본 고객들에게 정기예금 우대금리를 적용해 손실보전을 해줬다면, 신탁계정에서 발생한 고객 손실을 은행계정 지출액으로 보전하는 결과가 됐더라도 손실보전비용을 은행의 비용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또 은행 내부규정에 따라 지점에서 우량고객들을 선별해 대출금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 준 경우, 이 또한 고객 이탈 방지 및 은행 수익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지출로 법인세법상 손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재판장 최규홍 부장판사)는 한국외환은행이 국세청을 상대로 낸 '법인세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과 관련, 최근 이같은 이유로 "국세청은 91억7000여만원 상당의 한국외환은행에 대한 법인세 경정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외환은행에 대해 지난 2006년 1월부터 무려 8개월 가까이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신탁고객 손실보전을 위한 추가금리 적용 등 10가지 사안을 적발해 과세표준을 바꿔 법인세 등을 추징했다.

당시 세무조사에선 외환은행이 신탁업을 영위하면서 주식회사 하이닉스반도체 발행의 회사채가 다량 편입된 신탁상품을 판매했는데, 2002년 4월경 하이닉스 경영이 부실화되면서 회사채가 대폭 상각되면서 손실이 발생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외환은행이 신탁상품을 구입한 고객 중 이를 해지하고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고객에 대해 '영업점장 우대금리 +4%'를 추가로 적용해 줬는데, 국세청은 이 부분이 법인세법에 따른 손금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우대금리 이자비용을 손금불산입한 것.

이에 대해 외환은행은 "정기예금으로 재예치한 고객에게 추가 우대금리를 제공한 것은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추가금리 적용은 통상적인 비용부담이거나 사업수익과 직접 관련되므로 법인세법상 손금에 산입돼야 한다"며 소송을 낸 것.

재판부는 이에 대해 "외환은행이 우대금리 적용으로 신탁계정에서 발생한 고객의 손실을 은행계정 지출액으로 보전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그로 인해 신탁업 감독 규정을 위반한 결과가 빚어졌다"는 부분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은행의 지출은)신탁고객의 이탈을 방지해 자금 유출을 방지하고 수익기반을 유지하고자 사업상 필요에 따라 지출한 비용"이라며 "이를 손금에 산입하는 것이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은행 내부규정상 지점 전결권자의 승인만으로도 우량고객들을 선별해 대출금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한 것은 고객 이탈 방지 및 은행 수익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지출로 법인세법상 손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국세청이 외환은행에 대해 부과한 법인세에서 소송에 관련된 98억여원 가운데 해외현지법인 경영지원비와 임원성과급 부분 6억5000만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91억7000여만원은 환급돼야 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