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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람 심기' 부처이기주의에 휘둘리는 조세심판원 20151023163416

 

끊이지 않는 전문성 시비, 총리실·행자부 '2중대' 논란까지
"상임심판관 등 자격요건 강화 해야 전문성 시비 사라진다"

대표적인 납세자권리 구제 기관인 조세심판원(원장 : 김형돈)이 흔들리고 있다. 조세심판원의 전문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날이 갈 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전문성에 대한 의심, 이는 곧 조세심판원의 존립 자체에 위협을 가하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의 근원에는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인사(人事)'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21일 국무총리실은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에 행정자치부 출신 J국장을 지방세 담당 상임심판관으로 인선했다.

행정자치부가 지방세 주무부처라는 측면에서 볼 때 J국장의 인선은 표면적으로는 아무 하자가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

겉과 속이 다른 성적표 들고와서는… 

문제는 J국장의 '경력'이다. 현행 세법에는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의 경우 일정한 자격기준을 채운 인물을 인선하도록 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4급 이상으로 조세관련 사무에 3년 이상 근무한 자'다.

J국장은 2009년 1월~2011년 4월 지방세분석과장, 2015년 1월~2015년 10월 지방세운영과장을 지내면서 총 3년2개월 동안 지방세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세법이 정한 상임심판관 자격기준을 충족,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인선에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것이 총리실의 주장이다.

하지만 실제로 내막을 뜯어보면 총리실의 주장은 궤변에 가깝다는 것이 심판원과 세무대리 업계의 입장이다.

J국장이 지방세분석과장 시절 수행한 실질적인 업무가 도로명 주소 변경 사업 등 조세와는 전혀 무관한 업무였기 때문이다.

특히 전임 지방세 담당 상임심판관이 근무연한(기본 3년)을 채워 물러나 있는 상태에서 즉시 인선을 하지 않은 것도 사전에 J국장 인선을 전제로 그가 자격기준을 채우는 시점까지 수 개월을 끌어왔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 총리실과 행정자치부가 조세심판원 자리를 '갈라먹기'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총리실도 J국장 인선 후 불거진 전문성 시비를 의식한 듯 해명자료까지 만들어 "(J국장이)지방세분석과장을 재임 했을 때 지역자원시설세 제도운영, 지방세 추이 분석, 위택스 운영 등 다양한 지방세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높은 업무 난이도로 인해 '전문성'이 필수인 조세심판원의 '심판업무 부실화'를 야기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형편이다. 

전문성 외면한 부처 간 인사문제…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

사실 조세심판원 인사와 관련한 문제는 조세심판원이 기획재정부 산하에서 벗어나 지방세 행정심판 기능까지 끌어안은 채 국무총리실 산하로 재편된 지난 2008년부터 예견된 일이다.

조세심판원이 기재부 산하에 편제되어 있을 당시(국세심판원)에도 주류(세제실)에 필요한 인력양성을 위해 잠시 거쳐가는 정거장으로 인식, 인사에 대한 불만이 높았었다.

기재부로부터 완전 독립, 국과장급의 내부승진 또는 기관대 기관으로 인사교류를 통해 인력수급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국무총리실과 행정자치부가 개입하면서 인사 문제로 또다른 '말썽'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방세 담당 심판부(6심판부) 국과장급 자리 대부분은 아예 '행정자치부 몫'으로 분류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초 가까스로 세법이 정한 상임심판관 자격요건을 채워 인선된 S상임심판관도 전문성 시비에 휩싸인 바 있다.

총리실 출신 인사로 분류된 S상임심판관은 국세분야 경력이 전무했고 관세청 감사관(개방직)으로 일하며 자격요건을 채운 뒤 총리실로 복귀하면서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에 인선됐다.

S상임심판관의 후임으로 관세청 감사관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도 총리실 출신 K국장으로 심판원 내부에서는 K국장도 S상임심판관의 이력을 그대로 답습, 자격요건을 채운 뒤 조세심판원으로 올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형국이다.

조세심판원 내부는 물론 세무대리 업계는 인사를 둘러싼 '부처이기주의'를 깨뜨리지 않는 한 전문성 시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성 시비가 계속되면 결국 납세자 권익 보호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쏟아내고 있다.

조세심판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전문성이 결여된 인물로 계속해서 채워진다면 납세자 권익 증진이 크게 훼손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심판관 자격요건 강화", "전문인력 양성 노력 기울여야"

일각에서는 세제실의 반대로 무산된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과 자격요건 강화방안을 긍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심판원은 상임심판관 자격요건을 조세관련 사무 3년 이상(4급 이상)에서 4년 이상으로 늘리는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세제실에 건의했으나, 세제실이 법 개정 근거가 부족하다며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의 경우 4급 이상 3년 이상 경력인데 반해 민간 부문은 판사·검사 5년, 변호사·공인회계사·관세사 등 6년 이상, 공인된 대학 재정학 부교수(재정학 등) 등을 자격요건으로 보고 있어 민·관간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었지만 비전문가 출신 상임심판관이 계속해서 수혈되면서 불거진 전문성 시비를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법 개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지방세 분야를 커버할 수 있도록 조세심판원이 내부에서 우수 인력양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한국세무학회 회장)는 "지방세인용률이 국세에 비해 연도별로 들쑥날쑥 심한 차이가 난다. 지방세 세정 틀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 거 아니겠냐"며 "(그동안)지방세 행정 전문가가 육성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지방세 관련 부서에서 계속 근무하고 전문화시키려는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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