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여신상 : 디케

상증세법상 증여의 대상인 재산에 현금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현금을 증여한 후 그 돈으로 곧바로 주식을 산 경우, 실질적으로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김정숙 부장판사)는 최근 P씨 등이 제기한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P씨의 아버지가 P씨 등 자녀들에게 각각 현금을 증여했고, 자녀들이 같은 날 설립된 F사의 주주로 등재됐는데 이는 F사의 주식을 증여받았다고 볼 수 있다"며 당국의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P씨 아버지 A씨는 B그룹의 회장이다.

A씨 가족은 F사를 설립한 다음 가족 4명이 25%씩 지분을 소유했는데, F사를 설립한 날 A씨는 자녀인 P씨와 P씨 동생에게 각 8500만원씩을 증여했고, P씨 등은 이에 대한 증여세를 신고·납부했다.

한편 P씨 등 자녀들은 아버지로부터 현금을 증여 받은 날 F사의 주주로 등재됐다.

과세당국은 B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P씨의 가족들이 F사를 통해 B그룹의 주력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는 형태로 계열사 흡수·합병을 진행했고, 다른 한편으로 계열사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상당한 증여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P씨 등 원고들은 "자신들이 아버지 A씨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았고, 이 현금은 합병 등 재산가치 증가사유가 발생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즉 현금을 증여받은 행위와 현금으로 재산을 취득하는 행위는 별개의 행위이고 이에 대한 법적 취급이 달라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또 "재산가치의 증가에 따른 이익을 산정할 때 차감될 기업가치의 실질적인 증가로 인한 이익은 순손익가치가 아니라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해야 함에도 과세당국은 순손익가치를 기준으로 해 증여재산가액을 잘못 산정했다"고 맞섰다.

그러나 행정법원 재판부는 "P씨 등이 아버지 A씨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은 날 F사가 설립됐고, F사의 주주로 A씨와 P씨 등 가족들만으로 구성된 사실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P씨 등 자녀들이 아버지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은 것은 F사의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녀들인 P씨 등에게 현금을 증여한 것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며, 시간의 근접성과 증여한 현금과 F사 주식의 설립자금이 거의 동일한 점 등에 비춰보면 실질적으로 F사의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어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해 볼 때 과세당국이 F사의 순자산가치에 따른 주식평가액을 공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평가 방법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P씨 등의 나머지 주장에 대해서도 "이유 없으므로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참고 판결 : 2014구합54639]

▲배당소득, 납세자만 몰랐다?

자신이 소유한 주식의 배당 사실을 몰랐다는 납세자의 주장이 객관적인 사실 입증이 없어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최근 L씨가 제기한 종합소득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L씨가 주식을 소유한) A사는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했으며, L씨에게 배당금이 실제 지급된 사실도 확인된다"며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L씨는 A사의 주식을 2800주 소유하고 있었는데, A사는 이익잉여금 중 19억7000만원을 배당하기로 주주총회 결의를 하고 L씨에게 배당금 2억7500만원을 지급한 다음 배당소득세 3800만원을 원천징수해 납부했다.

과세당국은 L씨가 지급 받은 배당금에 대해 종합소득 과세표준확정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L씨에게 종합소득세를 과세했다.

그러나 L씨는 A사가 원천징수 절차를 누락했으며, 자신에게 배당금도 실제 지급되지 않았다며 과세에 반발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 재판부는 "A사가 L씨가 받은 배당금에 대해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L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A사는 배당금을 L씨에게 지급하기로 주주총회 결의를 했고, L씨는 A사에 대한 가지급금 채무를 변제하는 것으로 회계상 처리를 함으로써 배당금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결국 "당국이 A사의 배당금이 L씨에게 실제 지급됐음을 전제로 종합소득세를 과세한 것"이라며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쳐 적절하게 배당금이 지급된 것으로 L씨가 주장하는 절차상 하자도 없다"며 L씨의 과세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참고 판례 : 2016구합50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