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여신상 디케

USB(이동식저장매체)를 통한 탈세제보는 재조사가 허용되는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며, 따라서 중복조사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강석규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제기한 종합소득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A씨의 세무조사가 검찰에 제보한 USB와 USB 보관자 B씨의 진술조서 등 검찰수사에 근거해 시작됐고, USB 내용이 A씨의 탈세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합리적 근거를 포함하고 있다"며 이는 예외적으로 재조사가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C씨는 A씨 등 전주(錢主)들로부터 자금을 빌려 대부업체를 운영했는데, 전주 중 한 명인 D씨가 C씨 사무실을 방문해 직원 B씨가 보관하고 있던 USB(이동식저장매체)를 입수해 이를 제보했다.

검찰은 USB 암호해독 결과와 대부업체 직원 B씨의 진술조서 등을 첨부해 국세청에 A씨를 포함한 70명의 전주들을 종합소득세 포탈 혐의로 고발했다.

국세청은 검찰로부터 통보받은 수사자료를 바탕으로 A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C씨로부터 받은 이자 합계 23억8000만원 가량을 신고누락했다며 2014년 5월 종합소득세를 경정·고지했다.

그러나 A씨는 제보된 USB는 C씨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일 뿐 아니라, 내용상 오류가 많다며 이를 근거로 과세한 것은 '근거과세의 원칙'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A씨는 또 이미 2009년 세무조사를 실시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C씨로부터 받은 이자수입에 대해 종소세를 부과한 사실이 있으므로 2014년 재차 동일 과세기간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은 '중복조사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소득금액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 신고 누락에 해당할 뿐, 적극적인 부정행위를 한 것이 아니므로 국세청이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거나 부당무신고가산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 재판부는 "담당검사는 USB의 보관자였던 직원 B씨에 대한 참고인조사 과정에서 USB에 저장된 문서파일을 하나씩 제시하면서 질문했고, B씨는 각 질문에 상세히 답변하면서 이 USB에 저장된 문서파일의 내용이 모두 사실임을 시인했다"고 확인했다.

재판부는 "USB에 기록된 A씨의 이자수취내역에 부합하는 영수증, 수표사본, 대출약정서 등이 상당 부분 확보됐다"며 "이 USB에 저장된 문서파일은 A씨와 C씨 사이에 있었던 실제 거래를 반영한 장부라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판시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USB의 내용이 A씨의 이자수입 신고누락 개연성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는 예외적으로 재조사가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중복조사금지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마지막으로 "A씨의 일련의 행위가 조세포탈 의도를 갖고 세원을 철저히 은닉함으로써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인 행위"라며, "이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결국 "A씨의 행위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부당무신고가산세를 적용한 처분 역시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참고 판례 : 2015구합53640]

▲연대납세의무자 1명에게 한 과세통지, 다른 연대납세의무자에게 '효력 無'

연대납세의무자의 1명에게 한 과세통지는 다른 연대납세의무자에게는 납세통지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부(재판장 최상열 부장판사)는 최근 A사가 제기한 법인세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국세청이 B사에 대해 한 법인세 부과처분은 연대납세의무자인 A사에게는 효력이 없으므로, A사에 대해 별도의 부과처분이 없는 과세처분은 무효"라며 국세청에 패소 판결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A사는 B사로부터 분할돼 신설된 법인이다.

그런데 B사에게 부과된 2007 사업연도 법인세가 체납되자, 국세청은 신설된 법인인 A사를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하면서 B사가 체납한 법인세를 내도록 고지했다.

한편 국세청은 B사에게 2013년 3월12일 2007 사업연도 법인세를 부과했고, A사에는 2014년 6월19일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하면서 B사의 체납세액을 내도록 고지했다. B사에 대한 2007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제척기간은 2013년 3월31일까지였다.

A사는 "국세청의 A사에 대한 과세처분은 B사의 법인세에 대한 부과제척기간인 2013년 3월31일을 도과한 이후인 2014년 6월 이루어진 처분으로 당연무효"라고 항변했다. 

반면 국세청은 "B사에게 부과제척기간 내에 법인세를 부과한 이상 A사에게 연대납세의무자로서의 의무 발생을 알리는 징수권의 행사에 불과한 이 처분은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기간 내에 이루어졌으므로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등법원 재판부는 "연대납세의무자의 상호연대관계는 이미 확정된 조세채무의 이행에 관한 것이지 조세채무 자체의 확정에 관한 것은 아니므로 연대납세의무자라 할지라도 각자의 구체적 납세의무는 개별적으로 확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대납세의무자가 각자에게 개별적으로 구체적 납세의무 확정의 효력발생요건인 부과처분의 통지가 있어야 하고, 따라서 연대납세의무자의 1인에 대해 납세고지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다른 연대납세의무자에게도 부과처분의 통지를 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96다31697)"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국세청이 B사에게 2013년 3월12일에 한 2007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 부과처분은 A사에게 효력이 없으므로, 국세청은 A사에게 별도로 부과처분을 함으로써 A사의 납세의무를 확정해야 하는데 별도의 부과처분이 없는 이상 A사에게 한 체납처분 부과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참고 판례 : 2015누62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