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행정법원에 제기한 '영포빌딩 문건' 관련 행정소송의 변호인단이 22일 돌연 사임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이 영포빌딩 지하창고에서 확보한 MB정부 청와대의 국정 관련 문건에 대해 이를 국가기록원에 돌려주지 않는 것이 위법하다며 제기한 행정소송 담당 변호사들이 돌연 사임했다.

서울행정법원에 부작위위법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 전 대통령의 소송 대리인들인 피영현, 허태원 변호사가 사임서를 제출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검찰이 다스 서울사무소가 있는 영포빌딩 지하 창고에서 압수한 MB정부의 청와대 문건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지 않고 수사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중앙지검 및 국가기록원을 상대로 청와대 문건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것을 요구하는 '부작위위법확인' 소송을 냈다.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은 행정청이 당사자의 신청에 대해 일정한 처분을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것에 대해 위법확인을 구하는 소송이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의 행정소송은 피영현, 허태원 변호사가 맡을 예정이었지만 최근 갑작스럽게 사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허 변호사가 속해 있는 법무법인 아인 측 관계자는 "사임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다는 것이 허 변호사의 입장"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초 이 전 대통령 측은 영포빌딩의 청와대 문건이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입장을 내세워 증거능력을 떨어뜨릴 계산도 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된 상황에서 행정소송에 패하게 되면 형사 사건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을 염두해 사임 결정을 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검찰이 확보한 영포빌딩 청와대 문건에는 MB정부 시절의 위법행위 혐의가 있는 문서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영포빌딩에서 현안자료·주간 위기징후 평가보고·VIP 보고사항 등 3402건의 대통령기록물이 발견됐다.

검찰이 확보한 문건에는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관련 VIP보고 문건', '다스 경영 현황이 기재된 청와대 문건',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관리한 차명재산 장부' 등 민감한 사안이 포함돼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 김 모 행정관에게 임기 내 작성된 대통령기록물을 개인 이삿짐으로 꾸며 영포빌딩으로 발송하도록 지시해 보관해 왔다"며 "이후 압수수색할 때까지 이 사무국장 및 김모 행정관과 공모해 약 5년 동안 은닉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이삿짐을 싸면서 대통령 개인 이삿짐에 실수로 대통령 기록물이 들어간 것"이라며 문건들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할 것을 검찰에 요청했다.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정식절차를 받은 만큼 압수수색에 문제가 없다"면서 "압수수색 자체가 이미 위법한 것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라서 수사가 종료되는대로 국가기록원에 이관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부장판사 출신 A변호사는 "법원이 영포빌딩의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한 것이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행정소송이 실제로 인용될 가능성은 적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편 이 부작위위법확인 소송의 변호인인 피 변호사는 법무법인 아인 출신으로 다른 변호인과 함께 지난 12일 법무법인 '열림' 소속으로 이 전 대통령의 형사 사건에 대한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했다.

허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의 형사사건에서는 수임을 맡지 않고 행정 소송에서만 변호를 맡을 예정이었다.

허 변호사는 지난해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던 중 투신해 숨진 고 변창훈 검사의 대리를 맡은 전력이 있다. 당시 변 검사는 검찰특별수사팀의 수사가 임박해 오자 국정원 관계자들로 태스크포스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