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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꿔주고 원금 못 건졌는데…이자소득세 내라고? 20120807084021

대법원, "회수한 돈 원금 미달시 이자소득 과세불가" 

비록 선이자를 미리 빼고 돈을 빌려주긴 했지만 세금신고를 하기 전에 돌려 받은 돈이 원금에도 미치지 못하고 대부분을 떼이게 됐다면, 그 동안 받은 돈에 이자가 섞여 있더라도 이에 대한 이자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선이자를 떼고 돈을 빌려준 날을 이자소득이 실현된 날로 봐 과세하던 국세청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도 있지만, 신고기한 안에 성실하게 신고한 사람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대법원은 서울에 사는 마某씨가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남양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고 7일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마씨는 지난 2004년 12월 건설업자인 김某씨에게 19억5000만원을 빌려주면서 선이자 2억250만원을 떼고 17억4750만원만 현금으로 지급했다.

17억4750만원을 빌려주되 5개월 동안 원리금을 합쳐 19억5000만원을 갚도록 한 것이 대출약정이었기 때문이며, 이에 대해 마씨는 이듬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 동안에 관련 이자소득에 대해 신고하지 않았다.

돈을 빌려간 김씨는 이듬해 3월부터 7월까지 5차례에 걸쳐 이자명목으로 1억2500만원과 함께 원금 7억6500만원만 갚았을 뿐, 이후 부도를 내서 원금 11억8500만원은 갚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2007년 9월 "사채를 대여할 때 선이자를 원금에서 공제하고 대여한 것은 약정에 의한 이자지급일 이전에 이자를 지급받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마씨에게 2004년 귀속 이자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1억5400만원을 부과했다.

마씨는 이에 대해 "사채를 김씨에게 빌려주면서 선이자로 계산한 금액을 별도로 받은 사실이 없고, 단지 빌려준 원금을 회수할 때 선이자로 계상한 금액을 포함해 지급받는 조건으로 빌려줬을 뿐"이라며 주장했지만, 그의 억울함은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도록 풀리지 않았다.

세법에서 비영업대금의 이자는 '약정이 없을 땐 실제 이자지급일에 실현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 만큼 선이자를 뗀 2004년 이자소득이 실현됐고, 이듬해인 2005년 실제로 돈을 떼였어도 2004년 귀속된 세금은 내야한다는 것이 조세심판원부터 고등법원까지의 판단.

마씨의 억울함은 대법원에서 풀어졌다. 특히 대법원에선 마씨가 건설업자의 부도로 돈을 받을 수 없게 된 이후까지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됐다. 신고기간 안에 성실하게 신고를 했더라면, 꼼짝없이 세금을 낼 뻔 했던 것.

대법원은 마씨에 대한 판결에서 비영업대금의 총수입금액은 과세표준확정신고 또는 세액의 결정·경정 전에 채무자로부터 원금 및 이자의 전부 또는 일부를 회수할 수 없을 경우 회수한 금액에서 원금을 먼저 차감해서 계산하도록 한 소득세법 규정을 중시했다.

이 경우 회수한 금액이 원금에 미달하는 때는 총수입금액은 없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것이 대법원 설명.

대법원은 이와 관련 "이는 궁극적으로 이자소득이 있다고 할 수 없음에도 이자소득세를 과세하는 부당한 결과를 방지하는 규정으로 보인다"며 "소득세법상 이자소득의 발생여부는 그 소득원천이 되는 원금채권의 회수가능성 여부를 떠나서는 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당 소득세법 문언에서 과세표준확정신고 또는 과세표준과 세액의 결정·경정 전에 일정한 회수불능사유가 발생할 때까지 회수한 전체금액이 원금에 미달하는 경우를 그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특별한 예외를 두고 있지도 않다는 것이 대법원 설명이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비영업대금의 이자소득에 대한 신고 또는 결정·경정 전에 그 원리금 채권을 회수할 수 없는 일정 사유가 발생해 그 때까지 회수한 금액이 원금에 미달하는 때는 앞서 실제로 회수한 이자소득도 과세대상이 될 수 없다"며 마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이자소득 과세를 피할 수 있는 채권원리금에 대한 회수불능사유 발생시점을 '과세표준확정신고 또는 세액의 결정·경정 전'이어야 할 것을 강조했다.

마씨가 국세청 세액결정이 이뤄진 2007년 9월까지 종합소득세 신고를 전혀 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선이자를 뗀 부분에 대해 세금을 내야하는 것으로 믿고 건설업자의 부도가 나기 전에 성실하게 신고를 마쳤더라면 새로운 세금문제가 생길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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