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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영향 적지만…", 세 부담 증가 우려에 금융권 '긴장' 20120816082056

지난 8일 정부가 발표한 2012 세법개정안이 금융회사의 대손충당금 기본설정률을 현행 2%에서 1%로 축소한 것과 관련, 금융계가 요동치고 있다.

규모가 큰 금융회사들은 세법개정의 영향을 발 빠르게 분석한 결과, 당장은 금융감독규정에 따른 안전장치로 법인세 추가부담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앞으로 국제회계기준상 예상손실충당금이 도입되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면, 금융감독규정상 안전장치가 따로 없어 일반기업과 똑같이 대손충당금 한도가 적용될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은 늘어날 법인세 부담뿐 아니라 자산건전성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왜 금융회사만 특례인정?…"일반법인과 형평이 안 맞잖아" = 현행 회계기준에서 기업이 받을 돈 가운데 일부는 떼일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어 기말 현재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금액을 미리 합리적으로 추정, 채권에서 차감해 대손충당금 계정으로 실질적인 재산상태를 재무제표에 표시하도록 한다.

그러나 비용으로 인정되는 대손충당금을 무한정 인정하면 세금회피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만큼, 세법에서는 아무리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아두고 있어도 일정한도까지만 비용으로 허용한다.

현행 법인세법은 일반법인의 경우 '채권잔액×Max[1%, 대손실적률]'로 계산된 금액까지 전액 손금으로 인정한다.

또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카드회사 등 규모가 큰 금융회사의 대손충당금은 '채권잔액×Max[2%, 대손실적률, 금융감독규정상 적립률]'까지, ▲보증기관 ▲새마을금고 ▲대부업법인 등은 '채권잔액×Max[2%, 대손실적률]'까지 손금으로 인정해 준다.

그러나 이번 세법개정안은 은행·증권·보험·카드회사 등의 대손충당금을 '채권잔액×Max[1%, 대손실적률, 금융감독규정상 적립률]'로,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한국무역보험공사·새마을금고·대부업법인 등을 '채권잔액×Max[1%, 대손실적률]'로 손금 한도를 낮췄다.

기존 금융회사의 대손충당금 기본설정률(2%)이 일반법인의 1%에 비해 두 배 높을 뿐만 아니라, 은행 등은 금융감독규정상 적립률까지 손금을 산입할 수 있어 과세형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번 개정의 이유다.

또 보증기관의 경우에는 '보증잔액×Min[1%, 구상채권발생률]'의 산식으로 구상채권 상각충당금을 추가로 손금산입 할 수 있고, 결국 일반법인과의 과세형평 제고를 위해 금융회사의 대손충당금 특례제도를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법 개정이 법인세를 더 부과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일반기업과 금융회사 간 차별을 없애려는 것"이라며 "그동안 금융 산업 발전이라는 명분 하에 특례가 주어졌던 것을 폐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 발빠른 은행들 "지금은 추가 세 부담 없지만 앞으로는…" = 세법개정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 은행들은 세금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 발 빠른 분석에 들어간 결과,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들.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까지 전체 대출채권 1208조9000억원에서 실제 회계 처리를 통해 쌓은 대손충당금은 16조9000억원이다.

바뀔 세법규정에 따라 1%의 기본설정률을 적용하면 금융회사의 대손충당금은 12조1000억원까지만 비용인정이 되지만, 최대한도가 '채권잔액×Max[2%, 대손실적률, 금융감독규정상 적립률]'로, 결국 '금융감독규정상 적립률'이 안전장치가 돼서 추가적인 세금 부담은 없는 것.

금융감독규정에선 대출채권을 자산건전성에 따라 정상이나 회수의문 등으로 분류해 '최소적립률'의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의무화 하는데, 비용한도로 인정되는 부분이 20조6000억원에 달해 은행들이 실제 쌓은 대손충당금 규모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일단 당장은 세금 부담이 늘지 않을 전망이지만 은행권은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도입된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오는 2015년 예상손실충당금이 돌아오면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

현재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우량여신의 경우 1년 동안 예상손실, 비우량여신의 경우 잔여 만기 전체의 예상손실을 충당금으로 설정하도록 준비 중인 가운데, 만일 이렇게 되면 회계상 대손충당금이 최소적립률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는 것.

은행권의 또 다른 고민도 있다. 금융감독규정상 각각의 채권을 은행들 스스로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으로 분류하는데, 컴퓨터에 의해 기계적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나중에 조사하다 보면 분류가 잘못된 경우도 나오기 십상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2%까지 대손충당금이 인정된 때에도 잘못 산출된 경우가 많았는데, 기본설정률을 1%로 낮춰놓은 상태에서는 자칫 더 큰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선 "이번 세법개정안이 일반기업과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차원에서는 공감이 가지만, 상거래 신용과 완전히 다른 패턴인 금융업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오히려 또 다른 형평성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쌓는 것은 위험에 대비한 성격인 만큼, 이를 줄이는 것은 금융시장 건전성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세를 더 내고 덜 내고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손충당금이 줄어들면 겉으로 보이는 순이익이 더 늘어나지만, 위기 시에 대비할 수 없다는 게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카드회사 관계자는 "여신업무를 하지 않는 증권회사 등은 대손충당금을 거의 쌓지 않기 때문에 이번 법 개정과 큰 관계가 없지만, 은행이나 카드회사 등은 부실채권 발생빈도가 잦기 때문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금융회사의 특수성은 대손실적률 기준이나 금융감독규정상 적립률을 기준으로 반영할 수 있다"며 "대손실적이 많은 금융회사나 금융감독규정상 대손충당금이 강제로 적립되는 금융회사는 그만큼 세법상 대손충당금을 손금산입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금융감독규정상 적립률을 높여 법인세 부과를 무산시킬 가능성은 없을까. 이에 대해 금융전문가들은 은행의 손익에 영향을 미치고, 또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여러 문제가 겹쳐 함부로 높일 가능성은 적게 보고 있다.

□ 전문가들, "새마을금고나 대부업자 문제는 생각 안 하나?" =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일반법인과 똑같이 대손충당금 한도가 적용될 새마을금고 등이 늘어날 법인세 부담뿐 아니라 자산건전성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은행·증권·보험·카드회사에는 금융감독규정상 적립률이 안전장치로 있지만, 일반법인과 똑같이 '채권잔액×Max[1%, 대손실적률]'로 대손충당금이 적용되는 새마을금고 등은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

어쩔 수 없이 이들 제2금융권은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을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자산건전성이 부실해질 위험이 있다.

새마을금고와 대부업법인을 비롯해 금융감독규정상 안전장치가 없는 곳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보증관련 금융기관들이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금융회사들은 세법 내용 대로 회계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세금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가뜩이나 걱정스러운 새마을금고 등은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으면 자산건전성이 취약해지는데, 그것이 더 큰 문제"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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